아버지는 탄탄한 일터 만들었죠 그 위에 새로운 비전 준비해요
1250톤 국산 길로틴 투자 대만족 가공기업 도약…1만평 야드 목표 매출 줄었지만 우량거래처 재편작업 스크랩은 관리의 아이템 점점 실감 정직·성실한 기업 기회 올 것 확신
| | | 우리산업 이현진 이사가 올해 초 도입한 1250톤급 길로틴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는 스크랩은 관리의 아이템이라며 학력이 높거나 머리가 좋아야 잘 하는 업종도 아니고 무엇보다 자신과 맞아야 되는 분야라고 말했다.<사진ㆍ글 강광수 기자> |
전남 순천의 포스코 철스크랩 납품협력사 우리산업㈜ 이현진 이사는 이재정 사장의 아들이다. 30대 초반의 경영 2세다.
“부모님께서 이 업에 종사하신지 41년째에요. 창업은 1989년에 했고 2005년 법인 전환했어요. 부모님은 평생 새벽 4시 반이면 출근 하세요. 낮에 차(車)들이 북적거리면 일을 못하니까 아침 일찍 서둘러 끝내시는 거예요. 점심에도 쉬지 않아요. 직원들 식사할 때 혼자 현장에 나와 1톤 사장님들 맞아 주세요. 이 일을 너무 좋아하세요.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즐겁대요. 부모님의 장인정신을 본받고 싶어요.”
기계·자동차를 전공한 이 이사는 학창시절 틈틈이 야드에 나와 중장비 다루는 법을 배웠다. 스크랩과는 그렇게 쉽게 친해졌다. 졸업 후엔 사회경력을 쌓겠다며 엔진·발전기 회사에 3년 간 근무했고 퇴사 후엔 2년 동안 재활용 회사를 창업해 직접 경영도 했다. 우리산업에 입사한 건 5년 전이다.
그는 품질과 더스트 처리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한 달에 경량스크랩 1만 톤 정도 취급해요. 자연히 선별과 더스트 처리문제가 저의 최대 숙제에요. 경량스크랩이 마당에 들어오면 아예 포크레인(집게) 한 대는 A급과 B급을 골라내는 일에 매달려요. 종종 수입산과 국내 스크랩의 품질을 비교해 보는데 국내 게 훨씬 안정적입니다. 3천 톤짜리 벌크선이 들어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웬만해선 퇴송 놓기 어렵죠. 반면 국내스크랩은 퇴송률이 3%대에요. 수입과 형평성 문제도 그렇지만 납품업체들이 얼마나 꾸준히 원료를 공급하고 품질개선에 노력하는지 제강사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젊은 경영자의 눈에 ‘원가 물 타기’ 폐단은 반드시 사라져야할 시장의 악(惡)이다.
“아직도 폐차피(皮), 스케일 가져다가 원가 맞추려고 하는 집들이 있어요. 결국 폐차업계, 슈레더업계는 물론 일반 스크랩업체들까지 모두 죽이는 짓이거든요. 소비자(제강사)들이 품질확보를 위해 그동안 감량, 퇴송 같은 네거티브 정책을 펴왔다면 앞으로는 포지티브로 바꿔야 합니다. 품질기업들을 장려하고 육성해야 해요. 돈 많이 벌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성실한 기업이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섭니다. 스크랩납품업체를 위한 품질 인센티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물건을 공급하면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옥석이 가려지죠. 다행스럽게 최근 들어 제강사에서 야드 가공품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고 있어 희망적입니다. 우리 직원들에게는 품질관리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 해요. (품질관리에 있어서) 한 번 느슨해지면 다시 조이기 몇 배 힘들다는 사실을 숱하게 경험하고 있어요.”
우리산업은 2013년 폐기물처리신고필증을 따냈다. 부지확보, 휀스, 사무실, 바닥공사에 10억 원 이상 투자했다. 공사관계로 공간을 비우기 위해 일부러 출하시기를 앞당긴 적도 있다.
“하지만 막상 따놓고 보니 나 혼자 괜한 일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허무감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당장 이익과 관련 없는 일을 쫓다가 시간낭비, 돈 낭비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믿고 싶어요.”
우리산업 1공장은 5천 평 규모다. 경량스크랩을 길로틴 가공한다. 3천 평 규모의 2공장에서는 생철을 압축한다. 금년 초 가동한 1250톤급 길로틴은 국내 설비제작사 리스틸이 납품한 것이다.
“국산설비에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기계 놓고 만족하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하지만 아직까지 기름 한 방울 새지 않을 정도로 완벽해요. 유압기계는 어느 작동에서나 쇼크가 발생할 수 있어요. 쇼크가 기계를 소모시키죠. 이 설비 놓을 때 제작사에서 쇼크부분만 1주일을 할애 하더라고요. 스펙대로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우리산업은 최근 3년 간 총 65억 원을 투자했다. 가공기업 도약을 목표로 제2 창업인 셈이다.
“최근 4~5년 우리 업계가 많이 힘든 시기에요. 대형업체들이 쇠락의 길을 걷는 걸 보면서 타산지석을 삼을 수밖에 없죠. ‘회사비전이 뭐냐, 사업계획은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솔직히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아요. 다만 상황이 안 좋은 시기에 투자하고 갖춰 놨으니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처럼 정의로운 영웅들이 해피엔딩을 맞듯 성실하고 정직한 기업들에게 그런 기회가 꼭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산업은 2011년 이후 매출액이 매년 100억 원씩 떨어졌다고 했다. 시장가격 하락이 주된 이유다. 게다가 세무조사 문제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유통 비중을 대폭 줄인 것도 영향을 줬다.
“유통 거래처는 길로틴과 압축기 등 가공장비를 갖추고 있는 우량업체들을 남기고 정리했어요. 대신 거래처들에게 입고제한이나 하락장(場) 때 가장 먼저 대응해주려고 노력해요. 거래처에 신뢰를 줘야 해요. 제때 물건을 못 빼내서 내 야드 재고에 손실이 나더라도 그건 나중에 보전할 수 있어요. 그러나 깨진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죠. 야드 입고 물량에 대해서는 거래처에 직접 가지러 가는 비중을 높였어요. 직접 가지러 가게 되면 장비, 인건비, 기타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만 제품의 1차 선별이 가능합니다.”
이 이사가 경영수업을 쌓아가면서 가장 노력하는 분야는 세무다. 2013년엔 관할세무서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사장님은 일 열심히 할 수 있는 탄탄한 회사를 만드시는데 노력하셨어요. 저는 또 다른 비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제 스크랩은 관리의 아이템이에요. 학력 높거나 머리가 좋아서 잘 하는 업종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자신과 맞아야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1공장, 2공장을 통합할 계획이에요. 그러려면 적어도 1만평 규모 부지가 필요합니다. 산단 입주가 해답이죠. 하지만 입주가 자꾸 불발돼요. 산단 측은 (일반 업종)유치를 못해서 난리고 우리는 제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해요. 정말 아이러니 합니다. ‘우리산업’ 이라는 상호로 거래처 500군데만 봤을 때 최소 1천명 이상 연계된 업종인데도 말이죠. 그나마 부산에서는 산단 입주의 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적어도 3대를 보고 투자하라고 합니다. 올해 목표는 부지확보에요.” |